위기의 여수산단…산업 대전환의 방향은?

[KBS 광주] [앵커] 이번 주 KBS는 여수 석유화학산업 위기와 산업 대전환의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 보도를 했는데요. 이 내용 취재한 보도국 손준수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손 기자, 여수산단의 위기, 수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취재했죠? 여수 지역경제의 침체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기자] 여수 지역경제는 크게 수산업과 관광산업, 석유화학산업이 떠받쳐 온 구조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세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가장 큽니다. 여수는 지역내총생산의 68%를 제조업이 차지할 정도로 산단 의존도가 높은 도시인데요. 기업 실적 악화로 여수의 지방 법인소득세는 2023년 천6백억 원대에서 2025년 5백억 원대로 감소해 2년 사이 67%가 줄었습니다. 세수가 줄면서 여수시는 지난해 7년 만에 지방채를 발행했습니다. 결국 석유화학 침체는 고용과 세수, 상권이 함께 흔들리는 지역경제 전반의 위기로 봐야 합니다. [앵커] 여수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원인을 좀 자세히 짚어주시죠. [기자] 먼저 석유화학은 원유에서 정제한 나프타를 열분해로 제품을 만듭니다. 이 과정을 담당하는 장비가 나프타분해설비, NCC입니다. NCC에서 나오는 제품이 기초 유분인 에틸렌이고, 이 에틸렌을 활용해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등을 만들어 냅니다. 그동안 여수는 국내 에틸렌 생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왔고, 대부분 중국에 수출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설비 증설과 함께 생산량을 늘렸고, 산유국인 중동에서도 석유화학산업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교적 저렴한 러시아산 나프타를 수급받지 못했고,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도 급격하게 오르면서 과거와 다른 장기 침체에 접어든 것입니다. [앵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여수산단에 대해서도 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죠.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현재 구조 재편 논의는 NCC의 생산능력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가 목표로 잡은 NCC 감축 규모는 전국적으로 최대 연간 370만 톤입니다. 이 가운데 여수산단에서는 현재 제출된 사업재편안대로 라면 생산능력 기준 최소 257만 톤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일 산단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감축입니다. 먼저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여수 1호 사업재편안은 정부에 제출된 상태입니다. 여천NCC 일부 설비를 줄이고, 롯데케미칼 여수공장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핵심입니다. 반면 LG화학과 GS칼텍스가 함께 추진하는 또 다른 사업재편 논의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앞서 보도한대로, 설비 통폐합은 단순한 생산량 감축에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NCC 설비 하나를 줄이면 협력업체 물량, 플랜트 노동자 일감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후속 공정 대책과 고용 전환, 협력업체 지원 방안까지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앵커] 불황을 먼저 겪은 일본 현지도 취재하고 왔죠? 일본은 어떻게 대응했나요? [기자] 일본의 핵심은 경쟁력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먼저 줄이고 바꿨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크게 세 단계에 걸쳐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1980년대에는 정부가 생산 능력을 조정하기 위해 설비를 줄이는데 관여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통합과 감산, 사업 재편을 하도록 했고요. 기업들은 합작회사와 사업 통합을 통해 효율이 낮은 설비를 줄여갔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생산량을 조정하면서, 기업 간 설비와 원료를 함께 쓰고 공정 효율을 높여 특수화학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산업의 무게중심을 옮겨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공장을 줄인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력, 고부가 제품 개발 역량은 남기려 했다는 점입니다. [앵커] 손 기자, 영국도 취재를 다녀왔죠. 영국은 결국 산업이 쇠퇴했는데, 여수에 주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기자] 영국은 한때 세계 최고의 화학기업을 보유했지만, 산업을 시장에만 맡겼습니다. 기업의 분할과 매각이 이어졌고, 노후 설비와 낮은 생산성으로 산업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그 결과 공장만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산업 기반까지 함께 약해졌습니다. 뒤늦게 친환경 산업으로 재산업화에 나서고 있지만, 한번 무너진 산업 기반을 다시 만드는 데는 훨씬 큰 비용과 시간이 들어 가는 상황입니다. [앵커] 여수는 산업 대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는 곳입니다. 정부와 지역사회가 무엇을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까요? [기자]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구조재편의 부담이 특정 지역과 특정 노동자에게 집중되는지입니다. 여수가 생산기지인 만큼 지역경제 충격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정부가 산업 전환의 위험을 얼마나 함께 부담할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기업에만 맡기면 투자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감산 자체보다 어떤 설비를 남기고, 어떤 기술을 키우며, 어떤 제품으로 전환할 것인지가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탄소포집 저장시설과 저탄소 공정,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마지막으로는 지역의 역할도 중요한데요. 이제는 여수산단을 단순 생산기지로 둘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실증, 인력 양성이 결합한 산업 플랫폼으로 바꿔야 합니다. 여수에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공장과 사람, 기술이 남아 있을 때, 정부와 기업, 지역이 함께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취재 내용을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가 다음 주 화요일 저녁 방송되는데요. 특집을 통해 좀 더 심층적인 내용,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KBS 보도국 손준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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