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결단이냐 단단한 시스템이냐…완벽한 세대교체는 없다[PE 2.0]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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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세대교체 방법별 득과 실 뚜렷내부승계, 연속성 지키지만 속도 저하외부수혈, 자금 얻지만 정체성 희석창업자 체제, 추진력 갖지만 후계 숙제편집자주국내 사모펀드(PEF) 역사가 20여년을 지나면서 1세대 창업자에게서 다음 세대로의 승계가 곳곳에서 진행돼 왔다. 그동안의 논의는 대체로 '누가 다음 대표가 되느냐'에 집중됐다. 그러나 PEF의 세대교체는 직함을 넘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창업자 한 사람에게 묶여 있던 조직이 그 이후에도 굴러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아시아경제는 3회에 걸쳐 한국 PE 세대교체의 현주소와 유형별 승계 방식, 그 이후 산업이 맞을 변화를 짚어본다. 1회에서는 운용 규모 상위 50여곳을 분석해 세대교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살펴본다.세대교체에 공짜는 없다. 앞서 살펴본 세 갈래의 세대교체에서 한국 토종 사모펀드(PEF)들이 택한 길은 저마다 달랐고, 길마다 치른 값도 달랐다. 안에서 물려준 곳, 밖으로 넘긴 곳, 아직 쥐고 있는 곳. 그 선택의 결과를 들여다보면,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내줬는지가 드러난다.내부승계형, 정체성 유지하지만 핵심 인력 이탈 감수도조직 안에서 세대를 교체하는 내부승계형은 지분이나 출자좌·캐리(성과 보수) 등을 다음 세대에 분배한다. 이를 통해 트랙레코드와 문화 그리고 출자자(LP)와의 관계를 연속성 있게 유지할 수 있다. 창업부터 이어진 투자 방법과 원칙 등 하우스의 정체성도 지속된다.다만 이러한 연속성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분배 속도가 더디면 핵심 인력이 이탈하는 값을 치른다. 1명의 단일한 의사결정 체계에서 다수가 합의하는 의사결정 구조로 바뀔 때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거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추진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스톤브릿지캐피탈의 경우, 승계는 직함이 아니라 지분에서 판가름났다. 후배 세대가 회사 지분을 직접 확보해 경제적 권리를 얻는 보상 체계를 확립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2019년부터 내부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 현승윤 당시 전무가 신임 대표로 내정된 후 기존 대표였던 김지훈 부회장은 하우스 내 내부 관리조직 그룹을 맡았다. 투자부문 박성준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5년이 지난 2024년 현 대표는 스톤브릿지캐피탈 지분 25%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창업주인 김지훈 부회장 외 임직원 중 처음으로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가 등장한 것이다.2세대 인력들이 전면에서 활동하면서 의사결정 구조는 바뀌었다. 일부 파트너 중심의 결정 구조에서 집행위원회를 도입해 상무급 이상 7명이 회사 운영과 투자 관련 의사를 결정한다. 집행위원은 블라인드 펀드에도 직접 출자를 병행해 책임 경영 체계도 갖췄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간다’는 안정성 기반 투자 철학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핵심 운용역이 이탈하기도 했다. 10년 넘게 스톤브릿지캐피탈에 근무했던 박성준 전무는 퇴사 후 엘리오PE를 설립했다.창업자가 출자좌를 후배 세대에 넘기는 사례도 있다. 프리미어파트너스 창업 멤버인 정성인 상임고문이 2024년 대표 파트너 자리를 내려놓고 출자좌를 분배했다. 정 고문은 김성은 대표 파트너와 임용기 부사장에게 매각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파트너 수를 11명으로 확대했다. 투자 기조와 전략은 그대로 유지됐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설립 이후 3년 주기로 펀드를 결성하고 있다. 하나의 펀드에 역량을 집중해 투자와 회수를 마치고 나서 다음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유동성 확보와 정체성 변화 맞바꾸는 외부 결합형안에서 답을 찾지 못한 곳은 밖으로 눈을 돌렸다. 외부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외부 결합형은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등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창업자 중심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체제를 전환해 경영 구조가 투명해지기도 한다. 창업자는 지분을 매각해 현금 수익을 얻는 엑시트(회수)의 기회도 잡는다. 다만 정체성 변화와 함께 외풍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스틱인베스트먼트는 창업자 도용환 회장이 외국계 자본에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을 통해 경영승계가 이뤄졌다. 올해 1월 도 회장은 미국 자산운용사 미리캐피탈에 보유 지분 11.44%를 매각했다. 도 회장은 600억원의 현금을 회수했고 미리캐피탈은 최대주주에 올랐다.다만 외풍과 함께 주주가 바뀐 만큼 정체성이 변화할지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스틱인베스트먼트 지분을 보유했던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도 회장이 미리캐피탈에 지분을 매각했다. 얼라인은 미리캐피탈을 ‘주주가치를 제고할 대주주 역할을 기대한다’고 평가한 만큼 향후 미리캐피탈의 행보에 따라 세대교체나 경영 안정화가 이뤄질지 관건이다. 미리캐피탈은 소유만 하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세운 상황이다.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는 같은 외부 결합이라도 결이 달랐다. 국내 대형 금융사를 주주로 맞이하는 길을 택했다. 지난 1월 정진혁 대표가 한화생명에 지분 15%를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센트로이드는 자금 조달 능력은 갖추되 투자 독립성은 지켰다. 한화생명은 자회사 편입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의 한 축을 확보했다.추진력을 지키지만 큰 숙제 남긴 유보형창업자가 권한과 지분을 넘기지 않은 유보형의 경우 추진력과 투자 일관성, 브랜드라는 가치를 지킨다. 다만 그 힘이 한 사람에게 묶여 있다는 사실은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유보형은 추진력과 브랜드를 위해 전략적으로 유보한 유형과, 설립 역사가 짧아 아직 승계가 이른 유형으로 나뉜다.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을 중심으로 창립 멤버인 윤종하, 부재훈 부회장이 아직 건재하다. 김광일 부회장은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앤컴퍼니 역시 2010년 한상원 대표가 설립 이후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MBK와 한앤컴퍼니는 창업자가 현역 구심점으로 남아 있고 이들의 맨파워가 강력한 점이 특징이다.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하우스의 사정은 또 다르다. 프랙시스캐피탈은 베인앤컴퍼니 출신 컨설턴트 라민상, 이관훈, 윤준식 대표가 2013년 설립했다. 세 명이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설립 멤버이자 파트너인 강승현 전무도 세 대표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도 1977년생 이상호 대표가 정찬욱, 정종부 부대표와 함께 설립했다. 이 체계 또한 여전히 공고히 유지 중이다.승계가 더뎌지면서 새 하우스를 차리는 ‘분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진하 고도파트너스 대표는 MBK파트너스에서 2006년부터 근무해 부사장까지 올랐으나 올해 초 퇴사 후 이정우 전 베인캐피탈 대표와 함께 신생 운용사인 고도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윤주환 전 IMM크레딧솔루션 전무는 지난해 초 퇴사 후 '제니스피크'라는 PEF 운용사를 설립했다. 윤 대표는 IMM PE 초창기 멤버로 대한전선 등 바이아웃 거래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으며 2023년부터 IMM크레딧으로 이동해 업무를 수행해왔다. 정한설 캑터스PE 대표는 스틱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출신으로 2018년 퇴사 후 운용사를 만들었다.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단순한 이직이 아니다. PE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결국 사람이 자산인 업이고, 운용역 한 명이 나간다는 건 그가 쌓은 트랙레코드와 LP 네트워크, 딜을 보는 눈이 같이 빠져나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형사에서 익힌 경험과 인맥이 신생 하우스로 옮겨가고, 그만큼 시장의 판도 빠르게 바뀐다. 이는 한 사람의 이름에 묶여 있던 산업이 여러 갈래로 흩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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