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내일은 더 맑다

“미국에서 사업하고 있는데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소식을 듣고 바로 비행기표를 끊었다”며 “임상, 제조, 브랜드, 글로벌 유통사, 플랫폼 대표 기업이 모두 참가해 한목소리로 K뷰티 산업을 조망했는데, ‘아직 전성기 초입도 아니다’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K뷰티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 정중 LDMK 대표가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2026’ 현장에서 밝힌 얘기다.연사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일본 매쉬뷰티랩의 토요아마 야무 요코 사장 역시 “글로벌 진출 파트너로 K뷰티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K뷰티의 다양성과 빠른 시장 대응력 덕분에 동반성장할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매쉬뷰티랩이 속한 매쉬홀딩스는 지난해 10월 기준 그룹 연결 매출 1363억엔(약 1조2200억원), 직원 수 4171명을 거느린 대기업이다.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인 15조원을 돌파했다. 단순히 수출액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뷰티 강국인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K뷰티는 당당히 수출국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K뷰티의 눈부신 성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다만 이런 활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K뷰티 지속성장 가능성과 필요조건은 뭔지 다각적으로 짚어봤다.K뷰티 단순 유행 아닌 메가 트렌드‘피크아웃’ 아냐…이제 본격 성장 시작“K뷰티는 전 세계 각지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뷰티 산업의 트렌드와 혁신을 주도하는 새로운 표준이 됐다.”이번 콘퍼런스 연사로 나선 신재하 에이피알 부사장 발언이다. 지난해 미국 화장품 수입액 중 한국 화장품 비중은 22.4%로 올라섰고, 일본 시장에서는 무려 40.4%를 기록한 게 이를 방증한다. 에이피알 역시 매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한때 시가총액은 2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매출은 3조원 돌파를 조심스레 내다볼 정도다.K뷰티 덕을 본 해외 기업도 즐비하다.로드리고 피자로 로레알코리아 대표는 “K뷰티는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고 단언했다. 로레알은 3CE와 닥터지를 인수해, 닥터지를 인수 18개월 만에 50개국에 출시할 계획이며, 한국 피부과 시술에서 영감을 얻은 스킨수티컬즈 P-TIOX, 장미에서 PDRN을 추출한 랑콤 크림, ‘글래스 스킨’ 라인 등 한국발 혁신을 토대로 세계 베스트셀러로 키웠다고 소개했다. 세계 1위 기업이 한국에서 영감을 길어 올려 글로벌로 되파는 구조 자체가, K뷰티의 성장 여력이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다.홍콩 상장사 예스아시아홀딩스 역시 지난해 5억달러(약 65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K뷰티를 통해 일궈냈다. 일본 기업 매쉬뷰티랩도 K뷰티와 손잡으면서 뷰티 편집숍 ‘코스메키친’ 매장 수를 일본은 물론 해외로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코스메키친 매장 수는 123개에 달한다. 이런 통계들은 K뷰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다만 시장 한편에서는 “과연 이 성장이 계속될까?”라고 문제제기한다. 일명 ‘피크아웃(Peak Out·정점 통과)’ 경계론이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사드(THAAD) 사태와 한한령으로 유커가 급감하자, 면세점과 로드숍 매대가 무너지며 매출이 급감했던 사례, 중국 특수 때 현지화를 미루다 왕좌 자리를 뺏겼던 과거 패턴이 미국 등 다른 선진 시장에서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이런 주장의 근거다. 이 때문에 업종 성장률 대비 해당 기업 주가가 다소 아쉬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그럼에도 이번 콘퍼런스 연사들의 의견을 취합,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속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엄인영 씨티케이(CTK) 이사는 “K뷰티는 더 이상 유행이 아니다. 호기심에서 권위로 진화하며 단발성 바이럴이 아닌 지속가능한 브랜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K뷰티 기업들은 이제 과거처럼 단순 수출에 그치지 않고, 미국 화장품 규제(MoCRA) 대응과 현지 물류 체계까지 고도화하며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김성운 실리콘투 대표 역시 “ ‘3개월치 재고를 미국에 유지할 수 있느냐’는 빅 리테일러(대형 현지 유통 업체)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이 K뷰티의 강력한 경쟁력”이라며 “중동 전쟁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달리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지역별 차별화 접근 전략이 K뷰티 성장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실리콘투는 전 세계 175개국, 7500개 이상의 바이어와 연결된 K뷰티 유통망을 구축했으며, 이미 영국 대형 유통 채널인 ‘부츠’에서는 95% 출고율을 기록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참고로 90%대 출고율이란 ‘갖다 두면 거의 바로 팔린다’는 의미다.지역 다각화 역시 강점이다. 신재하 부사장은 K뷰티 수출 시장이 중화권 중심(2018년 65.6%)에서 미국·일본·기타 지역으로 완전히 다변화(2025년 중화권 17.6%)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고로 에이피알은 주력 시장이던 미국 외 지역 매출 성장까지 이어지면서 해외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89%로 뛰었고, 전년 동기 대비 해외 매출은 180% 성장했다.제조 혁신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균 코스맥스BTI 상무는 “과거 K뷰티가 유통 채널 변화에 따라 인삼·한방에서 진정·발효를 거쳐 최근에는 PDRN·콜라겐·세라마이드 같은 고효능 성분으로 진화해왔다”며 “최신 제조 트렌드로는 ‘클린 바이오(Clean Bio, 천연물질 기반 바이오)’ ‘Bio·AI·빅데이터’ ‘High Performance(고효능)’, 3대 키워드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ODM 기업 연구 수준은 이를 충족하고 있다는 윤 상무는 “로레알이 표방한 ‘2030년 화학물질 없는 화장품 출시’에 맞춰, 이미 상당 부분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6월 16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2026’에는 750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윤관식 기자)넘어야 할 산은‘원브랜드’ 의존 탈피해야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콘퍼런스는 ‘K뷰티가 넘어야 할 산’도 분명히 짚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양극화, 특정 제품 의존 등 K뷰티 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상반기 대형 브랜드사 매출은 13% 늘고 영업이익률도 2%포인트 개선된 반면, 중소형사는 매출 성장률이 5%에 그치고 이익률은 오히려 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유통망과 마케팅 스케일을 갖춘 상위 기업에 과실이 쏠린다는 얘기다. 더불어 저가 인디 브랜드는 대표 상품(히어로 SKU) 한두 개에 매출의 30~70%를 기대고 있어 프로모션 시즌과 평상시 매출 격차가 크고 고객 충성도도 낮다는 점을 개선 과제로 꼽았다. 높은 OEM·ODM 의존이 만든 ‘제품이 비슷비슷해지는’ 차별화 소멸, 미국 화장품 규제(MoCRA) 대응, 현지 물류·고객 응대 체계 미비도 입점 기회를 매출로 잇지 못하게 만드는 함정이다.해법으로 제시된 키워드는 ‘AI와 융합’이었다. 이번 행사에서 AI가 고객 의도에 맞춰 자동으로 맞춤형 추천을 하는 ‘커머스 에이전트’ 기술을 선보인 미국AI 기업 ‘뉴제너레이션’의 조너선 아레나 공동창업자는 “K뷰티 기업도 화려한 홈페이지 대신 고객의 숨은 욕구를 AI가 바로 알아차리고 다양한 국적, 언어권에 맞는 상세페이지를 맞춤형으로 제시할 수 있는 테크 기반 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로드리고 피자로 로레알코리아 대표가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이모저모올리브영 해외 전략·구다이글로벌 IPO 청사진 공개이번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는 그 열기부터 남달랐다. 행사장에 운집한 750여명의 관객은 아침 8시 50분부터 저녁까지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K뷰티의 미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특히 기조연설을 맡은 로드리고 피자로 로레알코리아 대표도 자신의 발표가 끝난 뒤 자리를 뜨지 않고 오랜 기간 다른 강연을 진지하게 지켜봐 눈길을 끌었다.참석한 업계 대표들의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유경수 유유헬스케어 대표는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졌는지 피부로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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