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투하, 수도권 버금가는 호남 첫 ‘메가 팹’ 청사진

삼성·SK, 광주서 반도체 투자 세부안 반도체 벨트 남하…또하나의 대형 거점 태양광·풍력 등 호남 생산한 전기 공급 제2 클러스터, 메모리 쇼티지 해소 기대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의 최대 과제인 ‘메모리 쇼티지(공급부족)’를 해소할 또 하나의 대형 생산거점이 30일 광주광역시에서 베일을 벗는다.세계 메모리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음달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하루 앞둔 이날 창사 이래 첫 호남권 반도체 전(前)공정 팹(fab·공장) 투자 세부계획을 공개한다.이번 투자는 그동안 경기도와 충청권에 집중됐던 AI 반도체 생산 벨트가 남하한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꼽히고 있다.이재명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기조와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산업을 뒷받침할 ‘두뇌’ 격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 확대로 우리나라가 국가 간 AI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삼성·SK, 총 800조 투하…수도권 버금가는 호남권 첫 ‘메가 팹’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밝힌 대로 각각 400조원씩, 총 800조원을 투자해 호남권에 첫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기씩, 총 4기의 공장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이날 산업통상부가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하는 국민보고회에서 공장 부지와 전력·용수 공급 등 세부 계획이 추가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양사의 반도체 신규 공장이 들어설 후보지로는 광주군공항 부지, 광주 북구 오룡동 첨단 3지구 부지 그리고 해남과 영암에 인접한 솔라시도까지 세 곳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폭넓게 형성된 기존 수도권 중심 클러스터의 집적효과가 크다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양사는 이번에 이례적으로 호남권에 신규 생산시설을 분산 배치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나섰다.재생에너지 이점 강조 “호남서 만든 전기로 반도체 생산”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수도권에선 추가 부지확보와 전력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호남권은 태양광과 해상풍력단지로부터 조달하는 재생에너지를 가장 큰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제품 생산 시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글로벌 RE100 규제 대응에 용이하다는 주장이다. 반도체 생산시설 특성상 적합한 부지를 확보하고 기본적인 전력·용수 인프라를 구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지난 2019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힌 SK하이닉스의 경우 오는 2027년 2월 예정된 첫 공장 가동까지 8년이 걸렸다.다만 이번에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천명한만큼 예년보다 소요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서남권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6.3GW(기가와트)의 전력과 65만t(톤)의 용수를 차질없이 공급하겠다. 그 이상의 물과 전기도 미리 준비해놓겠다”며 “호남에서 생산된 전기가 호남의 반도체 팹을 움직이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게 됐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호남권 대형 생산거점 조성…‘메모리 쇼티지’ 타개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번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배경에는 메모리 공급 위기감도 있다.삼성전자는 현재 경기도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360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하고 준비 중이다. 2040년까지 총 6기의 팹을 지을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클러스터에 600조원을 투입해 2033년까지 총 4기의 팹을 구축하기로 헀다.그러나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AI 반도체 수요는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해당 수요에 적기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자칫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이종욱 삼성증권 팀장은 “대규모 쇼티지가 장기화되면 대체 기술 연구를 자극해서 메모리의 잠재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심지어 메모리 부족으로 수요가 꺾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삼성, 구미서 로봇 양산…SK는 전국 메가 데이터센터 구축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전공정 팹을 짓는다면 충청권에는 최근 업계의 승부처가 된 첨단 패키징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병행하기로 했다.이미 충남 천안과 아산 온양에 후(後)공정 패키징 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곳에 56조원을 투자해 최첨단 HBM 팹을 구축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청주에 100조원을 투자해 신규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HBM 후공정을 위한 첨단 패키징 역량도 강화할 예정이다.SK는 아울러 AI 산업의 신경망 역할을 하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전국 주요 거점에 1000조원을 투하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GS, 네이버 등과 협력해 2028년 상반기까지 8.4GW(SK 5GW, GS 2.4GW, 네이버 1GW)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아울러 SK는 향후 15GW까지 규모를 확대해 2035년 전체 18.4GW 규모의 메가 인프라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내놨다.현재 AI 산업 트렌드를 에이전트 AI가 이끌고 있는 가운데 다음 격전지로 자율주행차·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가 꼽힌다. 피지컬 AI 시대에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와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경북 구미에 피지컬AI·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삼성SDS가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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