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이 택한 HD현대마린엔진, 中 경쟁 첨병 역할

HD현대마린엔진 공장 전경. /사진 제공=HD현대HD현대마린엔진이 중국 조선소를 상대로 선박엔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선박 발주가 중국 조선소로 몰리는 상황에서 핵심 기자재인 엔진 공급망을 선점하며 외부 매출 기반을 넓히는 양상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선박엔진사업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HD현대마린엔진이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HD현대마린엔진은 최근 중국 우후 조선소(Wuhu Shipyard)와 279억9975만원 규모의 선박엔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6년 6월 17일부터 2028년 9월 30일까지다. 계약금액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4023억원의 7.0% 수준이다.중국 조선소향 수주 랠리HD현대마린엔진의 중국향 수주는 올해 들어 뚜렷하게 늘고 있다. 지난 3월 우후 조선소와 204억원 규모의 엔진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5월에도 558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까지 포함하면 올해 우후 계열 조선소와 맺은 계약 규모만 1000억원을 넘어선다.상반기 전체 수주 흐름도 가파르다. HD현대마린엔진은 올해 1월 1일부터 6월 18일까지 총 15건, 누적 6727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이 가운데 12건이 중국 조선소 대상 계약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이는 중국 조선업 호황이 엔진 기자재 수요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조 발주가 중국 조선소에 집중되면서 선박엔진, 크랭크샤프트, 터보차저 등 핵심 부품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 입장에서는 중국 조선소가 경쟁 조선사의 생산 거점이면서 동시에 외부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고객사가 된 셈이다.특히 중국 조선소 대상 수주는 외부 고객 기반 확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HD현대 조선 계열사 물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국과 국내 중견 조선소 등으로 매출처를 넓힐수록 가동률 상승과 수익성 개선 여지가 커진다.HD현대마린엔진이 생산한 크랭크샤프트 /사진 제공=HD현대마린엔진정기선의 엔진 승부수, 中 수주로 결실HD현대마린엔진의 수주 확대는 정기선 회장의 엔진사업 강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HD현대는 2024년 STX중공업을 인수한 뒤 사명을 HD현대마린엔진으로 바꾸고 선박엔진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대형 선박 추진용 엔진은 HD현대중공업, 중소형 선박 추진용 엔진은 HD현대마린엔진, 발전용 엔진은 HD현대엔진이 맡는 3사 체계를 구축했다.선박엔진은 조선업의 핵심 기자재다. 선박 건조 경쟁력이 선가와 납기, 설계 등 역량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엔진과 친환경 추진 시스템 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 LPG, 메탄올 등 이중연료 엔진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HD현대 입장에서는 HD현대마린엔진 인수가 조선 밸류체인 경쟁력을 높이는 한 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는 조선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 조선사와의 가격·납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엔진 기술과 생산능력을 그룹 안으로 끌어안은 것은 친환경 선박 시대에 핵심 기자재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정 회장은 평소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국은 이미 수주량 등 양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를 앞서 있으며 이제는 품질과 기술력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거센 추격을 이어가고 있다"며 "시장이 인정하는 독보적인 기술과 제품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실적 개선도 수주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5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0.8%, 영업이익은 216.5% 늘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24.4% 수준으로 제조업에서 보기 드문 높은 수익성이다. 엔진 부문 판가 상승, 제품 믹스 개선, 환율 효과, 생산성 향상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들의 신조 수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선박엔진 발주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며 "선박엔진은 품질과 납기, 연비, 환경 규제 대응 능력이 모두 요구되는 핵심 기자재인 만큼 당분간 HD현대마린엔진의 실적 호조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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