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르네상스]② 거센 바람을 기회로, 韓 숨은 강자들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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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강원 동해 공장에서 생산된 해저케이블 / 사진 제공=LS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으로 꼽히는 해상풍력 시장은 본격적인 르네상스(전성기)에 진입했다. 한국을 둘러싼 거센 바닷바람은 우리 기업들에 거대한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그동안 유럽 공룡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대한민국 해상풍력 핵심 인프라·부품 기업들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촘촘한 공급망 연계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 변모해 시장을 주도하는 메인 공급사로 역습에 나섰다.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 / 사진 제공=대한전선LS·대한전선, 35兆 해저케이블 시장 주도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지로 수송하며 '혈관' 역할을 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시장은 현재 한국 기업들의 독무대에 가깝다. 2025년 기준 35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5~18%씩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에서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이미 방대한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LS전선은 시공 전문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설계부터 제조, 시공까지 아우르는 '전력망 턴키(Turn-key)' 수행 역량을 앞세워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와 해상풍력 수주잔고의 급증으로 기업 신뢰도 역시 한층 높아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LS전선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매출 확대가 본격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결과다.대한전선의 기세도 매섭다. 대한전선은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 가동과 전용 포설선 확보를 통해 독자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했다.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추진하는 국책 과제에 선정되어, '산업 현장 맞춤형 AI 에이전트 기술'을 케이블 생산 공정에 접목하는 등 초격차 제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SK에코플랜트가 생산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 사진 제공=SK하부구조물·타워, 기술력으로 진입장벽 넘다해상풍력의 또 다른 핵심 축은 하부구조물과 풍력 타워다.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차지하는 글로벌 위상은 매우 독보적이다.대형 윈드 터빈을 바다 위에 안전하게 지탱하고 연결하는 하부구조물(자켓 등) 시장에서는 SK오션플랜트가 아시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자랑한다. SK오션플랜트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북미, 대만 등 글로벌 대형 해상 프로젝트에서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사로 자리 잡았다.상생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앞서 협력사들과 '동반성장 간담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후방 생태계를 탄탄히 다졌다. 하부구조물에 투입되는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중견기업들과 결실을 나누며, 관련 산업 전반이 퀀텀점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글로벌 풍력 타워 시장 점유율 1위인 CS윈드도 K-해상풍력의 지배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해저케이블, 대형 하부구조물, 타워 등은 고도의 기술력은 물론 막대한 설비 투자가 수반되어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다.전세계적인 공급 부족 사태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발주처를 상대로 강력한 가격 협상력과 '납기 준수'라는 무기를 앞세워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일각에서는 바람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터빈 시장에서 국내 제조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 등의 점유율이 낮아 K-해상풍력의 지배력이 다소 과장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그러나 해상풍력 공급망은 터빈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2030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하는 국면에서 지리적 근접성, 가격 경쟁력, 철저한 납기 준수 능력 등을 고루 갖춘 한국 기업들은 유럽의 빅플레이어들을 빠른 시일 내에 추격하고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전남 영광 낙월해상풍력단지 조감도 /사진 제공=명운산업개발낙월풍력단지가 이끈 K-해상풍력 성공 방정식대한민국 숨은 강자들의 역량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전남 영광 낙월해상풍력발전사업(365MW)'에서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로 결속됐다. 이달 기준 낙월해상풍력의 공정률은 이미 80%를 돌파했다. 2024년 3월 첫 삽을 뜬 이후 척박한 국내 인프라 환경에 정면으로 맞서며 올해말 상업 운전을 가시권에 뒀다.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시행사 '낙월블루하트(명운산업개발)'가 있다. 낙월블루하트는 단순한 시행사를 넘어 해저케이블, 하부구조물, 터빈, 타워 등 각 분야의 국내 강자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지휘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 중이다.해외 공급망에 종속되지 않고, 순수 국산 기술과 인프라만으로 대규모 상업 해상풍력단지를 준공할 수 있다는 한국의 저력을 세계 시장에 입증한 셈이다.박범윤 명운산업개발 이사는 이달 중순 전남 여수에서 열린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에서 "남들이 무모하다고 했던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은 타협하지 않는 집요함이었다"며 "낙월의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규모 해상풍력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거센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회로 바꾼 대한민국 해상풍력 기업들의 역습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기자재 제조부터 시공, 사업 개발에 이르는 전방위적 시너지와 전략적 제휴는 대한민국을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패권국으로 이끄는 강력한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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