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롯데’ 한일 식품 해외사업 통합…신유열 아시아 컨트롤타워 맡아...

한일 식품사업 싱가포르서 통합신동빈의 ‘원롯데’ 전략 구체화[이데일리 신수정 김미경 기자] 롯데가 한국과 일본 식품 계열사의 해외 사업을 싱가포르에서 하나로 묶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원롯데’ 전략이 식품 핵심 사업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아시아 사업 전략을 지휘한다.30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는 다음 달 초 싱가포르에 양사 합작법인을 공식 출범한다. 양사는 이사회 의결과 관계국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마치고 출범 준비를 마무리했다.이번 합작법인은 단순한 해외 판매법인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 롯데가 각각 운영해온 아시아 식품사업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다. 현지 생산 공장을 두는 방식이 아니라 양사별로 나뉘어 있던 경영관리와 의사 결정 체계를 한곳에서 통합 관리하는 전략 거점에 가깝다.그동안 한일 롯데 식품사업은 해외 시장에서 각자 강점을 가진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예컨대 일부 동남아 국가는 일본 롯데가 먼저 진출했고, 인도 등은 한국 롯데가 주도하는 식이었다. 시장별 개별 공략에는 유효했지만, 글로벌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통합 전략에는 한계가 있었다.싱가포르 합작법인은 이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앞으로는 한국 제품과 일본 제품의 교차 판매, 생산라인 공유, 물류·마케팅 연계, 공동 연구개발 등을 한곳에서 협의할 수 있다. 한일 롯데가 국가별로 나눠 진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체계로 바뀌는 셈이다.이번 변화의 출발점에는 신동빈 회장의 원롯데 전략이 있다. 신 회장은 정기적으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사의 협업 강화를 주문해왔다. 한국과 일본 내수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면 양사의 역량을 따로 쓰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롯데가 이번 합작법인을 식품사업의 전략 거점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롯데의 브랜드 개발력과 일본 롯데의 해외 유통망, 생산·영업 노하우를 결합해 아시아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원재료 구매부터 물류, 마케팅, 연구개발까지 생산·판매 전 과정에서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주요 과제다.롯데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한일 롯데 식품의 아시아 사업 역량을 하나로 모으게 됐다”며 “양사의 강점을 결집해 메가 브랜드를 함께 육성하고 신규 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첫 승부처는 빼빼로다. 롯데는 빼빼로를 글로벌 메가 브랜드 1호로 육성하고 있다. 해외에서 브랜드 입지를 넓히지 않으면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빼빼로 해외 매출은 지난해 24%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33% 늘었다. 특히 일본 롯데가 먼저 진출한 동남아 유통망과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면 빼빼로의 해외 확장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일본 롯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약 9000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해외 매출도 전년 대비 14.4% 증가한 1조2047억원을 기록했다.신유열 실장의 역할은 이 판 위에서 아시아 사업 실행을 맡는 데 있다. 현재 신 실장은 그룹 신사업과 글로벌 전략을 챙기고 있다. 이번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한일 식품사의 시너지 창출과 아시아 사업 전략을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됐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의 사업 역량을 하나로 묶는 판을 깔았고, 신 실장은 이 틀 안에서 글로벌 식품사업의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맡은 셈이다.전문가들은 이번 이슈에 대해 신 실장이 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넘어 전통 핵심 사업인 식품까지 경영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했던 신 실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사의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다.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은 롯데의 가장 근본적인 사업이자 한국과 일본 롯데를 잇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신동빈 회장이 신 실장에게 한일 식품 합작법인을 맡긴 것은 단순한 해외법인 운영이 아니라 그룹의 오리지널 F&B 사업을 책임지도록 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웰푸드는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류를 앞세워 아시아는 물론 미국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라며 “3세 경영에 힘을 실어주는 상징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롯데는 최근 그룹 경영이 안정되고 실적도 개선되면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3세 경영 체제로 전환을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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