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팹, 첫 삽 뜨면 누가 웃나…콘크리트부터 로봇까지 ‘중기 낙수...

대한민국 제1호 광역행정통합 자치단체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청이 7월 1일 0시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30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청사에 반도체 투자를 환영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레미콘·시멘트·건자재는 공사 초입 수혜권한미반도체 등 후공정 장비도 투자 온기피지컬AI 실증 확대에 로봇·농기계 업체까지 기대감[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호남 등 서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결단하면서 중견·중소 제조업계도 파급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장비가 들어가기 전 부지 조성, 골조, 전력·용수 인프라, 협력사 단지 구축이 먼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레미콘·시멘트·건자재 업체들이 공사 초기 수혜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서남권에 800조원 규모 반도체 팹 4기와 협력사·인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충청권에는 81조원을 투자해 패키징 거점을 육성하고, 온양·천안 신규 HBM 팹과 청주 HBM 패키징 투자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에는 2030년까지 민관 합동 20조원을 투입해 제조데이터, AI모델, 로봇 확산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투자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수혜 범위도 넓다. 증권가와 산업계에선 실제 공사가 시작되면 투자 온기가 먼저 미치는 곳을 소재·자재·장비 업체로 보고 있다.건설경기 침체로 출하량 감소를 겪어온 레미콘 업계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투자는 극심한 건설 경기 둔화로 출하량 감소를 겪던 레미콘 업계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며 “유진기업은 계열사 동양과 함께 충청과 호남권에 사업장을 두고 있어 부지 조성과 공장 건설이 본격화되면 레미콘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레미콘은 대표적인 지역형 자재다. 생산 후 일정 시간 안에 현장에 타설해야 하기 때문에 장거리 조달이 쉽지 않다. 서남권 팹 공사가 본격화되면 현장 반경 안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레미콘 공장과 믹서트럭, 골재 야적장이 얼마나 확보되는지가 관건이 된다.시멘트 업계도 기대감이 크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업계 입장에서 당연히 반가운 일”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투자 계획을 발표한 만큼 앞으로는 착공 속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는 전국 단위 생산·출하망을 갖추고 있어 총량 대응은 가능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 운송, 저장 사일로, 골재 확보가 맞물려야 한다.건자재 업체들도 투자 계획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KCC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실제 공사로 이어진다면 건자재 업계에 나쁠 이유는 없다”며 “다만 이번 발표만으로 사업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수요를 예측하기는 아직 이른 단계다. 그래도 기대감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CC는 건축자재와 도료, 실리콘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어 일반 건축 경기뿐 아니라 산업시설 투자와도 맞닿아 있다.유리업계도 반도체 팹과 협력사 단지 조성 과정에서 국내 업체의 참여 가능성을 기대한다. KCC글라스 관계자는 “정부와 국내 대기업 발주 공사인 만큼 수입산 유리보다 국내 유리 업체 제품이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주요 판유리 업체가 제한적인 만큼 관련 투자가 현실화되면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팹 자체뿐 아니라 연구동, 사무동, 협력사 공장, 기숙사 등 부대시설이 함께 조성되면 유리·창호·내외장재 수요도 따라붙을 수 있다.반도체 공정 장비 쪽에서는 한미반도체가 직접적인 수혜 후보로 꼽힌다. 정부가 충청권을 HBM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후공정 장비업계에 투자 온기가 번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HBM 생산에 필요한 TC 본더와 첨단 패키징 장비를 앞세워 AI 반도체 투자 확대의 대표적인 중견 장비사로 거론돼 왔다.피지컬AI와 로봇 분야도 별도 수혜권으로 묶인다. 정부는 제조AI 전환과 함께 제조 현장에 특화된 AI 로봇 확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조업 자동화와 로봇 실증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중견·중소 로봇·농기계 업체의 사업 기회가 커질 수 있다. 대동과 TYM 등은 자율주행 농기계와 로봇, 농업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어 피지컬AI 정책과 접점이 있다.대동은 농기계의 로봇화와 AI 농업 운영 서비스를 미래 사업으로 제시해 왔다. 농업 현장에서 축적되는 작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트랙터, 농업용 로봇, 정밀농업 설루션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TYM도 자율주행 농기계와 무인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피지컬AI 실증이 제조·농업·물류·안전 분야로 넓어질 경우, 농기계 업체들도 단순 완제품 판매를 넘어 데이터와 서비스 기반 사업 모델을 시험할 수 있다.업계에서는 이번 투자의 파급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려면 속도와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중견 제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는 대기업 투자로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재, 장비, 물류, 유지보수, 자동화 기업들이 함께 움직인다”며 “공사 초기에는 콘크리트와 건자재 부문 수혜가 먼저 있을 수 있고, 이후 공정 장비와 제조 자동화, 로봇 기업으로 수혜가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맞춰서 현재 진행 중인 생산 거점들을 빠르게 완성해야 한다”며 “서남권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통해 압도적인 공급역량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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